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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낮아짐에 행복이 있습니다"2017-06-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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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아짐에 행복이 있습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우간다에서 23년 유덕종 교수]

코이카 첫 파견 의사로 의료봉사
"내가 치료한 것처럼 보여도 오히려 그들을 통해 치유 받아"

1991년 창설된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는 그해 첫 정부 파견 의사 3명을 모집해 이듬해 아프리카로 보냈다. 우간다로 파견된 내과 전문의 유덕종(57) 교수는 2년마다 계약을 연장하며 23년을 그곳에 머물렀다. 우간다 국립후송병원인 물라고 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했고 동아프리카 최고로 평가받는 마케레레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강의했다. 지난해 귀국해 아산상 의료봉사상을 받은 그는 다시 요청해 아프리카로 떠났다.

"지금은 에티오피아에 있습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350㎞ 떨어진 짐마대학교에서 의대생을 가르치고 환자를 돌볼 예정이에요. 요즘엔 현지 언어인 임하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국제전화 수화기로 들려오는 말투가 차분했다.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유덕종 교수는 "막연히 슈바이처처럼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 코이카 정부 파견 의사로 지원했다"며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아프리카에서 체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서른두 살 그 시절로 돌아가더라도 우간다를 택할 것"이라며 "파견 초기에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23년을 보낸 코이카 정부 파견 의사 유덕종 교수가 그곳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여느 의사는 하기 힘든 일을 해서 지난해 아산상 의료봉사상을 받았다. 지금은 에티오피아에 가 있다. /홍성사 제공

1990년대 우간다는 에이즈 발병률이 가장 높은 나라였다. 내과에 입원한 환자 대부분이 에이즈와 연관된 합병증을 앓고 있었다. 의약품과 진단 장비가 없어 속수무책 죽어가는 환자를 보면서 회의(懷疑)가 들었단다. 유 교수는 "회의의 시간은 길고 아팠다"며 "그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전기도 없이 모기장 안에 촛불을 켜놓고 뇌수막염에 걸린 큰딸을 치료하던 때입니다. 딸이 회복돼 침대에 앉아 흔들거리면서 혼자서 웃고 있는 장면이 우간다에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픈 지 3개월이 되어 장애가 심해 못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이겨냈어요."

아프리카로 간다고 했을 때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 이제는 수천 명의 우간다 제자를 길러낸 '우간다 의사의 스승'이다. 유덕종 교수는 "그렇게 새로운 꿈을 찾았다"며 "선생이자 사명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 저서 '우간다에서 23년'(홍성사)을 펴낸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그들을 치료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들을 통해 내가 치유 받았어요. 낮아짐에 행복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직업이 있다. 의사의 덕목은 실력과 친절도 중요하지만 진정으로 환자를 이해하고 도우려는 사랑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코이카는 올해 4반세기가 됐다. "초창기와 달리 코이카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역할을 꾸준히 잘하면 좋겠어요." 아산상 의료봉사상과 더불어 받은 상금(1억원)은 우간다 베데스다 클리닉과 우간다 아프리카 음악대학에 나누어 기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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